실험실 평면도에서 가장 먼저 그려야 하는 것은 벽이 아니라 동선입니다

실험실 설계를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는 분석실로 하고요."
"여기는 전처리실로 하고요."
"여기는 시약실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항상 이렇게 질문합니다.
"연구원은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이동하나요?"
실험실 평면도에서 가장 먼저 그려야 하는 것은 벽이 아닙니다. 장비도 아닙니다. 바로 사람의 움직임, 즉 동선입니다.
예를 들어 HPLC 분석을 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연구원은 먼저 시료를 꺼냅니다. 그다음 전처리실에서 희석하고, 초순수를 사용하고, 필터링을 합니다. 이후 분석실로 이동해 장비에 시료를 세팅합니다. 분석이 끝나면 데이터를 확인하고, 폐액을 처리하고, 다시 다음 시료를 준비합니다.
이 과정이 하루에 한두 번이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이 동작이 하루 수십 번 반복됩니다.
연구원 A가 말합니다.
"시료는 이쪽에 있고, 장비는 저쪽에 있고, 폐액통은 또 다른 방에 있어요. 하루 종일 왔다 갔다만 합니다."
이런 실험실은 장비가 좋아도 효율이 떨어집니다.
좋은 실험실은 연구원의 이동이 자연스럽습니다. 시약실, 전처리실, 분석실, 폐액보관공간, 세척공간이 실험 흐름에 맞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나쁜 평면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시약실 → 복도 이동 → 전처리실 → 복도 이동 → 분석실 → 복도 이동 → 폐액실
좋은 평면은 이렇게 흐릅니다.
시약 보관 → 전처리 → 분석 → 폐액 처리 → 데이터 확인
실험의 흐름이 공간의 흐름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한 연구소에서는 분석실과 전처리실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연구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이동했고, 시료 운반 중 오염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전처리실을 분석실 바로 옆으로 이동시키자 연구원들의 이동 거리가 줄고, 작업 시간도 크게 단축되었습니다.
실험실 동선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 동선입니다. 연구원이 불필요하게 걷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시료 동선입니다. 깨끗한 시료와 오염된 시료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셋째, 폐기물 동선입니다. 폐액과 폐기물이 연구원의 주요 작업 동선을 방해하면 안 됩니다.
연구원이 말합니다.
"그냥 방만 잘 나누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실험실은 방의 조합이 아니라 흐름의 설계입니다.
좋은 실험실은 연구원이 공간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이 자연스럽게 가까이 있고, 위험한 것은 적절히 분리되어 있으며, 실험 순서대로 공간이 이어집니다.
LQS가 실험실 평면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장비 배치가 아닙니다.
"연구원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시료는 어떻게 이동하는가?"
"폐액은 어디로 빠지는가?"
"비상상황 시 어디로 대피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좋은 평면도입니다.
실험실 평면도에서 벽은 나중에 그려도 됩니다.
하지만 동선은 처음부터 잘못 그리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습니다.
좋은 실험실은 벽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연구원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